나의 자리는 어디일까. 땅을 더듬는 것이 아닌 ‘친구들의 눈’과 ‘우듬지’ 를 바라본다.
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세상 속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에 관한 감각, 즉 동시성의 감각이다. 나의 환경을 스스로 선택하고, 미래를 어느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진 세상에서 ‘오늘’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. 세상이 사회적, 문화적으로 변화하는 시간관을 시간성이라고 일컫는다면, 생산성 감소의 오늘날을 청년의 때로 보내고 있는 나와 친구들의 시간성은 그 어느 때보다 ‘현재’에 머물러 있다. 하지만, 아이러니하게도 ‘현재’를 감각하고 들여다보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모호하다.
친구들의 ‘오늘’을 사진으로 잡아두었다. ‘거주 환경’ 에 대해 물었고, 그들의 집 주변에 있는 조경식물을 함께 찍어 배치했다. 도시의 조경들은 우리가 전형적으로 알고 있는 자연의 형상에서 벗어난 어정쩡한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, 이 존재들은 인간들에게 오늘을 감각하게 하고, 서사를 떠올리게 한다. 가지를 뻗을 곳의 너비, 뿌리 내릴 수 있는 흙의 유무, 햇빛이 닿는 시간, 파내어질 시기 등 조경식물의 생장조건은 모두 인간에 의해 결정 된다. 흙을 함께 밟고 서있는 사람의 사는 곳 또한 타의에 의해 결정되긴 마찬가지다. 집의 위치, 너비, 햇빛의 방향, 머물 수 있는 기간 등은 내가 가진 돈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.
살 곳의 미래가 불투명한 존재들이 서로 부대끼며 한 땅에 살고 있다. 오늘 벌어 오늘 먹고 산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우듬지가 이 도시 어딘가에 작게나마 자라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. 이 작업을 통해, 보는 이가 자신의 현재를 다독이길 희망한다.
(*우듬지 - 나무줄기에서 가장 꼭대기 부분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)